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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는 게임은 안하고

그럼 너프는 뭐야?

by 구암씨 2020. 1. 17.

Nerf This!
- D.va

버프를 알아봤으니 너프도 짚고 넘어가야지?

요즘의 게임들은 한번 만들고 끝나는 법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는 기술들로 인해 더 많은 것들이 개발되기도 하고 통신의 발달로 언제든 새로운 것들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대부분의 게임들은 온라인 상의 업데이트 기능을 통해 이런 것들을 보충받게 된다. 이렇게 게임들이 업데이트되면 유저들은 어떤 업데이트로 인해 어떤 것들이 어떻게 바뀌고 새롭게 반영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유심히 살핀다.

업데이트라는 의미가 업(up)이라는 의미를 함께 사용하는 업그레이드(upgrade)와 혼용되면 안 되며, 온라인이라는 영역에 올라왔다는 의미로 업(up)을 받아들이는 게 좋은데 모든 유저들에게 그다지 긍정적인 면만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의 성능(그래픽이 더 미려해 지거나, 더 자연스럽게 움직인다거나, 더 많은 아이템을 소유할 수 있다거나...)이 좋아지거나 개선되는 것은 분명한 업그레이드 영역이지만 그렇지 않은 ‘패치’의 영역도 존재하는데, 바로 이런 패치라는 영역이 어떤 유저에게는 좋을 때도 있고 어떤 유저에게는 속상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치는 수정하거나 고쳐진다는 의미로, 따지고 보면 업그레이드 영역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벨런스 패치(balace patch)라는 영역은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벨런스 패치는 유저 혹은 특정 캐릭터가 게임을 진행함에 있어 서로의 상성과 관계를 조정하여 소위 말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시스템적인 정의 구현에 가깝다.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이것이 무너진 게임을 과장되게 표현하면 어마어마한 능력의 캐릭터가 지배하는 사실상의 무법천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펀맨(원작명은 One Punch-Man)’의 주인공 사이타마는 늘 지루하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천하무적 히어로가 되기 위해 오랜 수련을 거듭하여 엄청나게 강해졌지만 너무 강해진 나머지 웬만한 적은 한방에 끝나버리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벨런스 패치는 유저가 적당히 고생도 하고 죽어서 좌절도 몇 번 맛보도록 하고 적절한 분노도 일으켜 나름의 목적을 갖게 만들고 그것을 위해 성장과 수련을 거듭하여 얻어진 화려한 기술과 실력으로 게임을 해결해 나가도록 유도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단순한 성장 드라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유저의 캐릭터가 공격을 할 때 몇이라는 피해를 입히는지 정해야 하며, 이런 공격을 할 때 어떤 무기를 들고 있다면 공격에 얼마를 더해서 피해를 입힐지 계산해야 하는데 이런 더해지는 수치도 일정 수로 할 것인지, 확률로 할 것인지, 능력에 따른 백분율로 할 것인지를 정하고 이런 공격 몇 번 정도를 성공시켜 적을 이겼을 때 유저가 적당한 성취감을 느끼게 만들지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고된 프로세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처음 게임을 만들어서 출시할 때 까지는 괜찮아 보였던 캐릭터나 몇몇의 능력들 혹은 아이템이 많은 유저들의 사용을 거치고 데이터들이 쌓다 보면 벨런스의 붕괴를 불러올 때가 종종 생긴다. 처음부터 너무 약하게 세팅이 되어서 노력하는 만큼의 보상을 얻기가 어려울 때도 있고, 어떤 것들은 게임의 난이도를 너무 낮게 만들 만큼 강력해서 사용하는 사람의 성취도도 낮게 만들고 다른 유저들도 상대적인 박탈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럴 경우 등장하는 것이 밸런스 패치인데 이렇게 밸런스 패치를 당한 유저나 캐릭터들은 종종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너프 당했다!!”

이 '너프'라는 표현은 유명한 온라인 게임의 시조라고 불리는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에서 시작되어 퍼졌다고 한다. 이 게임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유명한 "리처드 게리엇"의 동명 게임인 "울티마(Ultima)" 시리즈의 세계관(사실 외전격이긴 하지만...)을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게임으로 원래는 Multima(Multiplay+Ultima)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계획이었다고 한다. 현재도 서비스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최근 워낙 쟁쟁한 MMORPG들도 많이 나오기도 했고 원제작자의 이탈 이후로는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울티마 온라인’의 자유도는 너무도 뛰어나서 온라인 게임상의 집을 짓고 꾸미는 기능이나 무기나 아이템들을 생산하는 개념은 이 게임이 원조라고 볼 수 있다. 단, 놀라운 사실은 아직까지도 쿼터 탑 다운 뷰(45도 정도 틀어진 각도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식의 뷰) 방식의 2D 그래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온라인으로 즐기던 ‘울티마 온라인’도 온라인을 통한 업데이트를 통해 앞에서 설명한 것 같은 벨런스 패치를 진행했는데 특정 공격형 무기인 검의 공격력을 낮추게 되었고 이 무기를 사용해 본 유저들은
“It was like they were hitting each other with nerf bats, not swords"
"칼이 아니라 너프 방망이로 때리는 것 같았다”
라고 했다고 한다.

사실 너프라는 말을 처음 듣고 아주 단순하게 나름의 방법으로 머리에 입력해서 알아들었다. 버프의 반대(디버프라는 말도 있는데 디버프는 이로운 효과를 제거해 버린다는 뜻으로 쓰인다.) 개념이니까 버프라는 단어 앞에 부정적 느낌 정도가 붙은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단순했다. 물론 아니니까...

마트에 가면 만날 수 있는 NERF

너프는 버프처럼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슬로 올라갈 단어가 아니었다. 지금도 거대한 유명 마트 같은 곳의 장난감 진열 매장으로 가면 이 단어가 붙어 있는 물건을 만날 수 있다. 너프는 "NERF"라고 쓰고 너프라고 읽는 꽤나 거대한 미국의 유명 완구회사인 “해즈브로(HASBRO)”의 상품군의 브랜드명이다.

슈퍼소커 해즈브로 너프 플립필 물총

 

해즈브로는 1923년에 미국에서 문구회사를 시작한 후 장난감 사업을 시작하며 여러 작은 장난감 회사들을 인수 합병하며 지금에 이르렀는데 그 회사 이름은 몰라도 상품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그런 회사다. 말랑말랑한 밀가루 반죽 느낌의 고무찰흙 "플레이도우(Play-Doh)", 부루마블의 원조격 보드게임인 "모노폴리(MONOPOLY)"와 주사위 대신 룰렛을 돌렸던 "인생게임(The Game of Life)"이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이다. 또 한 가지 이 회사의 효자 상품 라인업 중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트랜스 포머(TRANFORMERS)"도 꽤나 펜층이 두텁다.

이런 ‘해즈브로’에 ‘NERF’라는 브랜드는 압축 공기를 이용해 탄을 발사하는 완구용 에어건(너프건이라고 주로 부른다) 브랜드로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작은 플라스틱 탄환(BB탄)을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 정도 크기의 스펀지로 만든 다트 형태의 탄을 발사한다. 사람이 맞아도 크게 부상당할 위험이 없지만 주로 표적판 같은 것을 향해 발사하면서 놀 수 있는 완구 형태의 서버이벌 게임용 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같은 스펀지 재질의 사탕만 한 형태의 볼로 된 탄환도 존재한다.

이 ‘너프건’이 괴랄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압도할 만한 크기와 외형이다. 대표적인 형태를 표현한다면 알록달록 형광색의 워터파크에 어울릴만한 느낌의 총들이 대표적인데르, 탄환의 크기가 크다 보니 다소 과장되고 큰 형태의 만화나 게임에나 나올 법한 총들도 제법 있다.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미국의 특성상 총기 오인에 의한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소 과장된 형태로 누가 봐도 완구임을 알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고 믿는다. 실제로 모형건을 소지한 청소년이 오인으로 체포되거나 경찰에 의해 총격으로 사망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소 과장된 형태도 그렇고 컬러도 주로 형광색에 가까운 알록달록한 색들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딱 보면 워터파크 물총 느낌이다.

색상이 비록 이렇다 할지라도 성능은 어른들도 하나쯤 갖고 싶을 정도이다. 어느 것 하나 평범해 보이는 것이 없는데 매거진(탄창) 형태의 탄 공급은 물론이고 25발의 탄을 한꺼번에 넣고 쏠 수 있는 유탄 발사기 형태의 것도 있고, 50발이 들어가는 드럼을 장착하는 미니 게틀링건도 존재한다. ‘오버워치(Overwatch, 2016 Blizzard Entertainment)’의 ‘트레이서’나 ‘리퍼’, ‘맥크리’의 무기도 출시되었는데 코스프레용 소품으로 그냥 사용해도 될 만한 수준이다.

너프 오버워치 라이벌 디바 E3122

해치지않아, 솜방망이 너프배트

 

이런 ‘NERF’의 상품군 중에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는 상품이 하나 있는데 바로 야구배트이다. ‘너프 스포츠’라는 라인이 있는데 주로 부드러운 소재로 감싼 미식축구용 공이라던지 림, 보드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스펀지 재질의 농구 세트 같은 것들이 이 라인에 속한다. 이 스포츠 라인도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전을 위해 상당히 소프트한 재질로 제작되어 있어서 부딪히거나 충격을 받아도 웬만해선 아프지도 않다. 이 야구배트 역시 조금 단단한 스펀지 정도의 느낌이라 말 그대로 ‘솜방망이’다. 바로 이 솜방망이가 위에서 말한 ‘Nerf Bat’ 되겠다.

처음엔 ‘너프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 같다.’에서 ‘너프를 휘두르는 것 같다.’로 쓰이고 ‘너프 같다’ 혹은 ‘너프 당했다’라고 쓰이게 된 것이다. 최근엔 컨트롤과 플레이에 자신이 있는 유저들은 여러 가지 능력이나 방법들을 경험을 통해 축적해서 자신만의 고유 스킬들을 만들어 사용하면서 가끔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만의 소위 필살기를 자랑하듯 공개하며 마지막에 “어디 이것도 너프 해 보시죠?”라는 글을 남기며 개발사를 도발하기도 한다. "오버워치"의 "디바(D.Va)"는 자신의 로봇 원자로를 폭발 시켜 공각하는 필살기인 ‘자폭’을 시전 하면서 상대방을 도발하는 말을 날린다.

“Nerf This!" 이것도 너프 시켜 보시지!

이 정도면 ‘너프’라는 단어는 제품의 상표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거의 동사 수준의 단어가 되어 버렸다. 최근엔 어떤 이유에서 인지 ‘NERF’ 제품의 공식 사이트에서 저 스포츠세트 상품 소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아마존 같은 곳을 통해서 Nerf Sports Challenge Baseball Set 등을 통해서 구매할 수는 있다.

 

  꽤나 오래되고 전세계 다양한 펜을 확보하고 있는 ‘트랜스포머’의 매니아들은 해즈브로에서 트랜스포머의 새로운 라인업이 등장하면 생각만큼 유쾌해 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 이유는 기대치만큼의 퀄리티를 뽑아 주질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심지어 공동 개발사인 일본의 ‘타카라토미’에서 출시한 제품들이 오히려 더 인기가 있으니 말 다했다. 무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식적인 라이센스를 유지해 오고 있으면서 말이다. ‘해즈브로’의 정체성이 ‘너프’로 굳어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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