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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는 게임은 안하고

검과 도

by 구암씨 2020. 5. 7.

남자들의 경우 어린 시절 무기를 모방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놀이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지금처럼 장난감이 다양하지 못했던 70~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남자들은 플라스틱으로 된 칼이나 방패 혹은 앞에 잘 붙지도 않는 고무 흡착판이 붙은 활을 한 번씩은 가지고 놀았을 것이다. 꽤나 고급스러운 소재와 외형으로 변하긴 했어도 날붙이를 모방한 장난감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데, 불과 십여 년 전 이 영광스러운 모방의 대상은 ‘반지의 제왕’의 무기를 모방했으며 최근엔 ‘젤다(Zelda)’의 칼과 방패에게 그 영광의 자리를 빼앗긴 것 같다. 과하게 생각하면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며 공격적 성향의 놀이지만 금방 나이가 들면 관심이 없어지지만 나이가 들어 조카나 아들의 장난감 중에 요상한 무기와 같은 장난감을 발견하면 “오~!” 하면서 한번 만져보는 것이 남자들이다. 이런 요상한 세뇌교육의 영향으로 날붙이 무기에 대한 알 수 없는 로망은 게임이나 영화를 통해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해도 과장은 아닐것이다.

 

거대한 칼에 대한 로망

다양한 형태와 용도, 그에 얽혀 있는 이름과 전설들은 무기 하나만으로도 영화 한 편씩은 만들 만큼 이야기들도 무궁무진하다. 그런 무기들 중 가장 많은 사연과 전설을 지니고 있는 것이 ‘검’과 ‘도’로 불리우는 ‘도검류’가 아닐까 싶다. 도검류는 길고 뾰족하며 날(blade)을 가지고 있어 흉기로 쓰일 수 있는 물건을 뜻하는데 우리나라의 법률에서 정하는 도검류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도검’이란 칼날의 길이가 15센티미터 이상인 칼,검,창,치도(雉刀),비수 등으로서 성질상 흉기로 쓰이는 것과 칼날의 길이가 15센티미터 미만이라 할지라도 흉기로 사용될 위험성이 뚜렷한 것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고 정의되어 있다. 어떤 것이든 사람을 해치는 용도의 흉기면 사실 모두 도검인 셈이다.

검이라는 글자는 양날검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글자였다

‘양날의 검’은 어떤 일이나 사건에 좋은 면과 나쁜 면의 함께 존재할 때 쓰는 말인데, 양날의 도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사실 검과 도를 구분한다고 생각하면 저 문장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많은 정보들 중에 검과 도를 이렇게 구분하는 내용이 꽤나 많이 존재한다. 도(刀)와 검(劍)이라는 한자를 보면 검(劍)이라는 한문은 양날검을 위해 만든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글자는 모두 라는 뜻을 지닌 僉(다 첨)과 刀(칼 도)라는 뜻이 합쳐진 회의문자(한문의 조어 방법 중 하나로 글자 두 개 이상을 조합하면서, 각 글자들의 의미에서 파생된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있는 글자를 만드는 방법)인데 모든쪽(僉)에 날(刀)이 있다는 뜻으로 만들어서 도(刀)와 구분을 위해 만들어 졌다는 설이 있다. 중국의 무예와 무기를 설명한 십팔반병기(十八般兵器)는 중국 무술에서 사용되는 열여덟 가지 무기와 그 무기를 이용한 무술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도(刀)‘한쪽 면에 긴 칼날이 있는 단병기이다. 동시에 자르기·깎기·가르기·두드리기·찌르기에 사용 가능한 도구를 폭넓게 지칭한다’ 하였고 검(劍)‘양쪽 면에 날이 있고 몸체가 곧으며 끝이 뾰족하다. 좌우, 상하 움직임으로 상해를 입히고, 찌르면 갑옷을 뚫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두 무기의 정의가 우리나라와 일본 등으로 퍼져 영향을 주게 되었으며 이러한 무기체계를 바탕으로 쓰여진 고대 중국의 소설들과 무협지들이 이런 의미를 일반화 하였다고 본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이러한 형태만으로 그 이름을 규정하여 쓰이지 않았는데, 주로 도(刀)는 날붙이 무기를 일컫는 넓은 의미로 쓰이고 검(劍)은 의미를 갖는 날붙이의 이름에 주로 많이 쓰였다.

검과 도는 모양과 형태로 구분되지 않고 혼용되었다

곧게 뻗어 있고 손잡이부터 칼끝까지 좌우 대칭형의 모습을 갖고 있는 칼을 보통 검이 하고, 완만하게 휘어져 있고 칼의 한쪽만 날이 존재하는 것을 도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쉽게 말해 일본도 같은 형태만을 도라고 부르는 경우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 사실은 명확하지 않았고 정확하게 구분되지도 않았었다. 양날을 갖고 있지만 이름에 ‘도’가 붙기도 하고 한쪽 날만 있지만 ‘검’이란 이름이 붙기도 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여러 나라와 여러 부분에서 혼합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날이 있는 방향만을 가지고 구분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소설 등에서 도와 검의 명칭을 구분하려 했다가 많은 역사적 근거 등에 반박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미 검증이 완료되거나 반박이 불가능한 역사적 칼의 이름을 차용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 그래서 이름이 알려진 칼들이 자주 다시 등장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더욱 쉽다. 양날이면 검이고 외날이면 도라는 개념은 중국의 무기체계의 구분에서 시작되었고 이러한 무기체계를 바탕으로 쓰인 양판소의 무협지들이 이런 의미를 일반화했다. 물론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도 혼용되는 경우도 많았으며 일본의 경우는 더 세부적인 분류와 사용 방법에 따라 구분되기도 하였다.

베기를 위해 발전한 칼

도검류와 같은 무기를 사용해 전쟁을 치를 때 정확한 기술을 구현해서 상대방에게 적중시키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훈련을 하게 되는데 가장 쉽고 간단한 기술은 찌르기였다. 이 찌르기는 무기가 칼 이어도 가능하고 창 이어도 가능하고 죽창이나 막대기여도 상관없다. 무기의 끝만 상대를 향한다면 충분한 충격과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을 타고 달려오는 기병을 상대로 한 기술 중 가장 유효한 기술은 창의 손잡이 쪽을 땅에 꼽고 날을 상대방으로 향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유리한 전술이었다. 영화 “300(2006)”의 팔랑크스 전술이나 마케도니아의 사리사 전술은 그 대표적인 전술이다. 하지만 찌르기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다음 동작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찌른 후 필연적으로 무기를 뒤로 빼는 동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심하게 박혀버린 창이나 칼이 빠지지 않아 무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그 상태로 부러져 버리는 일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점에 비해 날을 이용한 베기라는 공격은 바로 다음 공격으로 이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했으나, 이것도 상대방이나 목표물에 단단하게 박혀버리면 빠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겨서 일직선 형태의 날보다는 휘어져 있는 형태의 날을 선호하게 되었다. 날이 휘어져 있으면 공기 저항도 적어져 운용하기도 편했으며 쉽게 베어지는 효과가 있어 박혀버리는 경우도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찌르는 형태의 무기는 앞을 뾰족하게 하기 위해 양쪽을 갈게 되었고 베기 위한 무기는 한쪽에 날을 세우고 조금 휘어지도록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양날검은 양쪽으로 날을 내는 과정에서 단면이 마름모 형태가 되고 자연스럽게 면적이 작아져 무게가 줄어들어 휴대가 편해지자 한 손으로도 운용할 수 있게 됨으로서 근거리 호신용과 의례용으로 그 자리를 잡게 되었다. 외날 검은 곡도의 형태를 띠게 되면서 한쪽에만 날을 세워 같은 길이의 양날검 보다 더 무겁다 보니 파괴력 또한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와 용도로 검과 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는 않았고 언제든지 혼용되어 사용되곤 하였다. 대표적으로 조선시대 왕의 호위무사인 운검(직급의 명칭이기도 했고 무기의 이름이기도 했다.)에게 지급된 “별운검”‘검'이라는 이름이 붙지만 완만하게 휘어진 곡도이며 외날이다.

별운검과 운검, 전쟁기념관 소장.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닷컴

도는 날붙이 무기를 부르는 이름이고 유명한 날붙이엔 검을 붙였다

조선시대인 1790년에 집필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서는 “칼의 양편에 날이 있는 것을 검이라 하고, 한쪽만 날이 있는 것을 도라 한다”라고 하였다가, 조선 후기(1813년)에 편찬된 융원필비(戎垣必備)에 따르면 “도는 자루가 길고 칼날이 휘어져 있으며 손잡이 머리가 있었다. 검은 자루가 짧고 칼날이 길며 칼집이 있었다”라고 하여 다른 의미로 분류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두 책 모두 “후세에 와서 도와 검이 서로 혼용되었다”거나 “오늘의 사람들은…분별하지 않고 모두 도라고 부른다”라고 적어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다. 흉기가 될 수 있는 날붙이는 “도”라는 이름을 붙여 일단 창이나 둔기와 같은 다른 무기와 구별하고, 예법과 도를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날붙이는 칼집을 만들어 구분하고 특별한 명칭을 주어기 위해 "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고유한 용도나 특별한 조직에서만 사용한 칼이나 특별한 인물이 사용하던 특별한 칼, 쉽게 말해 네임드 혹은 레전드에 검이라는 이름이 따라붙으며 도와 검이 혼용된 사례가 많아졌다고 보면 되겠다.

위의 “별운검”의 예도 그러하고 충무공 이순신의 칼로 유명한 두 자루의 칼도 조선의 환도(還刀 고리(還)가 있어 끈 등으로 묶어 휴대할 수 있던 칼의 이름이지만 조선시대 개인 무장용 칼은 다 환도라 불렀다.)이지만 유달리 길고 특별한 존재로 “쌍룡검(雙龍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쁜 일을 물리치려고 ‘인년 인월 인일 인시(四寅)’에 만들어 주술적인 용도에 사용된 칼의 이름도 “사인검(四寅劍)”이다. 일본의 무예로 알려져 있는 검도는 휘어진 한쪽 날의 진검을 사용하여 베기를 단련하기 위한 무예이지만 '도도'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검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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